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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논 속 감시 시스템, 현실의 익명성 붕괴

SINNANDA 2025. 4. 25. 08:00

영화 아논은 모든 인간의 시각이 디지털로 저장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범죄를 막기 위해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정보를 중앙 시스템이 수집하고 보관하며 누구도 익명일 수 없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속 감시 기술이 현실에서 어떤 기술들과 유사한지 실제 구현 가능성과 함께 비교 분석하며 현재 우리가 처한 기술 환경의 위험성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영화 아논 포스터

감시 기술의 본질 영화 속 시각 데이터 기록 시스템

아논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정은 인간의 시각이 디지털화된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눈에 내장된 시각기록장치를 통해 보고 듣는 정보를 자동으로 저장하고 그 기록은 중앙정부 혹은 특정 기관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범죄 예방 수사 증거 확보 신원 검증 등 사회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바디캠 착용을 의무화한 일부 국가의 경찰 시스템을 들 수 있다. 바디캠은 경찰이 근무 중 마주치는 모든 상황을 녹화하고 이를 실시간 혹은 사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이러한 녹화 영상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되며 범죄 수사와 분쟁 해결에 활용된다. 실제로 미국 경찰청은 클라우드 기반 영상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AI 분석 도구를 통해 주요 장면을 자동 추출하는 기능까지 접목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글래스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시각기록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구글의 엔터프라이즈 글래스는 산업 현장에서 근무자의 시야를 녹화하거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명령 없이도 카메라가 자동으로 작동해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에 바로 연동된다. 애플과 삼성도 AR 글래스를 개발 중이며 사용자의 눈을 중심으로 하는 인터페이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영화처럼 모든 시민이 강제적으로 이런 장치를 사용하는 사회는 아니지만 기술적인 기반은 이미 충분히 갖춰진 상태다. 네트워크 속도 센서 정밀도 저장 용량 그리고 데이터 처리 속도 등 다양한 요소가 발전하면서 영화와 같은 시스템은 이론상 구축이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다.

영상 열람과 조작 불가성 현실에서 가능한가

영화 아논에서는 수사관이 특정 인물의 과거 시각 정보를 정확히 추적하며 당시 상황을 재현해낸다. 이 기록은 삭제나 편집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인데 이는 사실상 블록체인 기반 저장 시스템의 개념과 일치한다. 블록체인은 분산형 저장 기술로 한번 입력된 정보는 수정이 불가능하다. 특정 노드가 정보를 변경하려 해도 전체 네트워크의 동의가 없으면 실행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의 신뢰성과 위변조 방지에 매우 강력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금융 물류 의료 분야에서 이 기술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영상기록 보관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 또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얼굴 인식 행동 예측 음성 분석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사람의 행위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었다. 특히 범죄 예방 분야에서는 특정 인물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거나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 자동으로 알림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팔란티어사의 통합 분석 시스템은 공공 CCTV 통화 위치 로그를 조합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수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역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AI 분석 기능이 포함된 CCTV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주요 도심 지역에 안면 인식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기술은 실종자 추적 교통사고 분석 범죄자 검거 등에 이용된다.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분석해 사건 발생 전후의 움직임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는 기술이 아닌 제도적인 영역에 있다. 영화에서는 중앙정부가 모든 시민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수집하고 통제하지만 현실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법률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영화의 설정이 거의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익명성의 붕괴 사회적 영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논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익명성의 상실이다. 모든 시민이 투명한 존재가 되면서 사생활은 존재하지 않게 되고 감시는 일상이 된다. 익명성 없는 사회는 범죄를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사고 표현 이동 등 기본적인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은 개인의 위치 이동 검색 이력 통화 내용까지 기록하고 있으며 이 정보는 구글 네이버 애플 같은 기업의 서버에 자동 저장된다. 사용자는 검색을 하거나 길을 찾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의도나 관심사를 노출하게 되고 기업은 이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편리함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용자의 모든 활동이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CCTV는 이제 대부분의 도시에 촘촘히 설치되어 있고 그 영상은 대부분 공공기관이 저장 및 관리한다. 24시간 녹화되는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본인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감시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며 이는 심리적 자율성에 영향을 준다. 더불어 최근에는 민간 기업이 설치한 영상기록 장치까지 포함하면 감시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다. 또한 음성 기반 AI 스피커가 가정에 보급되면서 대화 내용의 일부가 서버에 저장되고 분석되는 시스템이 일반화되었다. 음성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성향 감정 패턴까지 파악이 가능하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교한 제품 추천을 진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익명일 수 없으며 모든 행동이 데이터화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기술이 사용자 동의하에 수집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선 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는 점점 더 많은 곳으로 확산된다.

 

 

영화 아논이 보여주는 미래는 공상과학적 허구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과 비교해보면 상당 부분이 이미 구현되어 있다. 시각 데이터 기록 실시간 영상 열람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 보관 AI 행동 분석 기술 등은 현재도 사용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 영화와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가능성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가이다. 감시 기술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가에 있다. 즉 기술의 윤리적 통제와 법적 제어가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감시 사회로 흘러갈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익명성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개인 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 아논은 단순한 기술적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에서 실제로 다뤄야 할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놓인 감시와 통제의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고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